2025년 5월, 이용기 대전시의원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단순한 비보로 끝나기에는 무거운 질문을 남겼습니다. 젊은 정치인의 죽음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우리 정치문화의 구조적 허점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정치인의 삶과 무게 – 구조적 고립과 책임의 부담
이용기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전광역시 대덕구 제3선거구를 대표한 초선 지방의원이었습니다. 젊고 열정적인 정치인으로서 지역 민원, 조례안 발의, 정당 내 활동까지 폭넓은 업무를 소화해 왔지만, 그 속에 감춰진 ‘정치인의 고립’은 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치는 표면적으로는 힘과 권한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외로운 싸움의 연속입니다. 특히 지역구 의원의 경우, 민원인과 당의 기대, 지역 내 정치적 균형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하며, 책임은 무겁고 판단은 늘 비판을 동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구할 안전한 내부 시스템이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입니다.
지방정치의 한계 – 시스템 부족과 관계 단절
지방의회 의원은 정당의 전략적 보호나 정책적 보좌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보좌진 없이 혼자 의정 활동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 정당 내 위계 구조, 언론의 집중 감시 속에서 의원 개인은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기 의원의 비극은 단지 개인의 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조례를 만들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정에 나섰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조차 당 내부나 언론, 시민사회로부터 충분히 지지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방정치인의 존재와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는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청년 정치의 현실 – 이상과 현실의 괴리
청년 정치의 필요성은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었지만, 실제로 정치에 참여한 청년들은 냉혹한 현실에 부딪힙니다. 기대와 상징성은 높지만, 그에 비해 실질적인 자율성과 보호는 부족합니다. 이용기 의원처럼 30대 초반에 입성한 정치인은 더 큰 상징성과 함께 더 큰 외로움과 압박을 겪게 됩니다.
정치 언어 하나, SNS 글 하나에도 날 선 비난이 따라붙고, 실수는 곧바로 정치 생명에 직결되는 분위기 속에서 청년 정치인은 자기 검열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애초의 이상과 열정은 서서히 침묵으로 바뀌고, 정치적 에너지는 소진되어 갑니다. 이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청년 정치인이 꿈을 접거나 소리 없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만드는 정치문화 – 건강한 구조와 시민적 역할
이제는 정치인의 개인적 고통을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단지 안타깝다고 끝낼 것이 아니라, 정치 활동 중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상시 심리상담, 정치윤리교육, 정당 내부의 상호 보호 시스템은 기본 전제입니다.
시민 역시 정치인을 단순한 공공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공동체 일원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비판과 지지가 균형을 이룬 감시가 건강한 정치를 이끕니다. 이용기 의원의 죽음을 계기로, 청년 정치인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구조를 성찰하며, 진정한 민주주의의 방향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